2018-04-26
전문가들은 이번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뉴스 댓글뿐 아니라 온라인에 횡행하는 여론·순위 조작 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조직적이고 상업적인 여론 조작이 만연해 있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따르면 온라인 사업자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되면 조작 행위 가담자들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드루킹 같은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색·순위 조작 행위가 그간 처벌받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
전직 프로게이머 장모(33)씨는 지난 2월 네이버 검색어 133만 개를 조작해 수익 33억원을 챙긴 혐의(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원·식당 등 업체의 부탁을 받고 네이버의 연관 검색어와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 왔다. ‘○○동 맛집’이라고 치면 연관 검색어에 특정 음식점이 노출되거나 관련 검색어, 게시글 상위에 업체를 띄우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네이버의 IP(인터넷 프로토콜·인터넷상의 주소)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구글 등 검색 엔진에서 ‘네이버 상위 노출’ ‘검색어 마케팅’ 등의 키워드를 치면 온라인 마케팅 업체 수백 곳이 나온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라고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대포폰 등을 사용해 불법으로 아이디를 생성해 순위·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언더마케팅’ 업체다. 언더마케팅 회사 홈페이지에는 ‘네이버 자동 완성 검색어는 1주, 네이버 연관 검색어는 2주, 지식인·블로그·카페 노출 1주’라고 기간을 명시해 놓았다.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 이기용 VSM 대표는 “네이버와 언더마케터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콘텐트를 상위로 올리는 시도를 막는 기술을 걸면 그걸 뚫는 새로운 방법이 또 나온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오종현씨는 “보통 블로그 상위 노출이나 검색창에 나오는 자동 완성, 연관 검색어를 만드는 경우에도 매크로가 사용된다”며 “음원이나 게임, 쇼핑 순위도 모두 매크로 조작이 가능하지만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온라인 여론 조작과 관련한 포털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온라인 여론 조작 문제는 방통위의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포털 관련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여론 조작을 방지하는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각 포털 사업자들이 가짜뉴스를 삭제할 의무를 규정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매크로 사용을 막는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뉴스 출처 : 스포츠조선